기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도 가장 자주 효율성을 의심받는 업무 중 하나가 회의다. 회의를 위해 담당자는 자료를 만들고, 참석자는 보고서를 읽으며, 회의가 끝난 뒤에는 다시 회의록을 작성한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토론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간보다 회의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기업 업무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회의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회의 전에 필요한 자료를 요약하고 핵심 쟁점을 정리할 수 있다. 여러 보고서와 시장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내용을 압축하거나 예상 질문을 뽑아내고, 서로 다른 대안을 비교하는 작업도 지원한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참석자들이 핵심 사안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의 풍경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회의 내용을 메모하고 다시 정리해 회의록을 작성해야 했다. AI 기반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면 논의 내용을 정리하고 주요 결정사항과 후속 과제를 구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참석자는 기록 자체보다 무엇을 결정했고 누가 언제까지 실행할 것인지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회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회의는 원래 보고서를 읽어주는 자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며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자리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는 회의가 상사에게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시간으로 변질됐다. 화면에 자료를 띄워놓고 담당자가 한 장씩 설명하면 참석자들은 듣기만 한다. 질문과 토론은 회의 마지막 몇 분에 몰리기 쉽다.

AI는 이런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자료 요약과 정보 정리를 AI가 지원한다면 사람이 회의에서 해야 할 일은 더욱 분명해진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다른 선택은 없는가”, “우리는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 출시를 앞둔 중소기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마케팅 담당자가 시장 현황과 경쟁사 분석을 수십 장의 자료로 만들어 회의에서 설명했다면, AI를 활용하는 조직에서는 핵심 시장정보와 경쟁제품 특징, 소비자 반응 등을 사전에 요약해 공유할 수 있다.
회의에서는 자료 설명보다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 어떤 고객층을 우선 공략할지, 어떤 판매채널에 집중할지를 논의한다. 같은 한 시간의 회의라도 결과의 밀도가 달라질 수 있다.
회의에서 질문의 가치도 커진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지만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정의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AI 시대에는 답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조직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택호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는 “AI가 회의자료와 정보 정리를 지원하게 되면 사람은 단순 보고보다 질문과 토론,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며 “AI 시대의 좋은 회의는 자료가 많은 회의가 아니라 참석자들이 충분히 대화하고 명확한 결론과 실행과제를 만들어내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AI를 활용한다고 모든 회의가 효율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회의를 그대로 유지한 채 회의록 작성만 AI에 맡긴다면 본질적인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먼저 이 회의가 정말 필요한지, 참석자가 적절한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AI는 비효율적인 회의 문화를 자동으로 혁신해 주는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
보안과 책임 문제에도 주의해야 한다. 회의에는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고객정보, 인사정보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AI 서비스의 보안정책과 정보 입력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AI가 작성한 회의 요약 역시 사람이 검토해 발언의 맥락이나 결정사항이 잘못 정리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회의의 경쟁력은 보고서의 두께로 평가되지 않을 것이다. AI가 자료를 정리하는 시대일수록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생각을 듣고 질문하며 판단하는 능력이다. 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자료를 설명했느냐보다 얼마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구체적인 결정을 내렸느냐가 좋은 회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AI가 회의실에 들어오면서 역설적으로 사람 사이의 대화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이 기록과 정리를 담당할수록 사람은 생각하고 질문하고 결정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경쟁력 있는 조직은 회의가 많은 조직이 아니라 짧게 만나 깊이 대화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조직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