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는가.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나 숏폼, SNS를 보다 보면 어느새 한두 시간이 지나간다. 피곤해서 쉬려고 시작한 행동이지만 정작 잠자리에 들 때는 머리가 더 복잡하고 피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직장인 사이에서 주목받는 것이 ‘퇴근 후 1시간’이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한 시간은 짧아 보인다. 하지만 매일 반복하면 일주일에 7시간, 한 달이면 약 30시간이 된다.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건강과 지식, 인간관계는 물론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퇴근 후에도 또 다른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다. 하루 동안 소진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자신에게 삶의 주도권을 돌려주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퇴근하면 습관처럼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봤다. 잠깐 쉬겠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지만 밤 11시를 넘기는 일이 반복됐다. 늦게 잠들면서 아침에는 피곤했고 회사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는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해 퇴근 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매일 40분 정도 동네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나머지 20분은 샤워 후 책을 읽거나 조용히 음악을 들었다.
몇 달이 지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수면이었다. 몸을 적당히 움직이면서 밤에 잠드는 시간이 일정해졌고 아침의 피로감도 이전보다 줄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걷지 않으면 하루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며 “퇴근 후 한 시간이 회사의 스트레스와 내 생활을 분리해 주는 경계선이 됐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퇴근 후에도 업무 메시지와 SNS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저녁식사 이후 한 시간을 ‘디지털 휴식 시간’으로 정했다. 휴대전화는 다른 방에 두고 가족과 차를 마시거나 아이와 산책하고, 잠들기 전에는 짧게 하루를 기록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시간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가 늘었고 하루를 정리하는 습관도 생겼다.

퇴근 후 한 시간의 핵심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보내느냐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독서나 음악, 요리, 반려식물 돌보기, 명상, 산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업무와 디지털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이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걷기는 별도의 장비나 많은 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에게 적합하다. 집 근처 공원이나 하천길을 30분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신체활동량을 늘릴 수 있다. 나무와 꽃이 있는 녹지공간에서 천천히 걷는다면 자연을 바라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과정 자체가 일상의 긴장을 낮추는 휴식이 될 수 있다.
독서 역시 퇴근 후 시간을 바꾸는 좋은 방법이다. 하루 20쪽을 읽는다면 한 달 동안 상당한 분량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몇 권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스마트폰의 짧고 빠른 정보에서 벗어나 하나의 내용에 천천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글쓰기와 일기 역시 자신의 감정과 하루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퇴근 후 1시간’이 또 하나의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운동을 몇 킬로미터 했는지, 책을 몇 권 읽었는지, 자격증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를 SNS에 인증하면서 자신을 다시 성과 경쟁에 밀어 넣는다면 오히려 피로가 커질 수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을 듣거나 차를 마시는 것도 충분한 회복이다.
이택호 교수(치유교육전문가)는 “현대인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몸은 쉬어도 마음과 뇌는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퇴근 후 한 시간은 무언가를 더 이루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동안 소진된 자신을 다시 채우는 생활 속 치유시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잘 쉬는 것도 자기관리 능력이다. 산책하고 책을 읽고 가족과 이야기하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작은 습관이 쌓이면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며 “하루 한 시간의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1년 동안 반복되면 개인의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루를 바꾸기 위해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퇴근 후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30분을 걷고, 20분 동안 책을 읽고, 10분 동안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어떤 날은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매일 조금씩 자신에게 돌아오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일과 타인을 위해 사용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퇴근 후 한 시간만큼은 자신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의 하루가 끝난 뒤 시작되는 60분은 단순한 여가시간이 아니다.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건강을 관리하며 관계를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결국 삶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결심보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