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최고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극한 폭염’이 지속되면서 에어컨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가전’이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강한 냉방과 오염된 에어컨 관리는 실내 온열질환과 냉방병이라는 또 다른 건강 위협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실외 기온이 38도를 넘어설 경우 자택 내 온열질환 발생 비중이 평소보다 2배 이상 치솟는다는 최신 통계는 우리가 얼마나 올바른 냉방기 사용법을 모르고 있었는지 경종을 울린다.
단순히 켜는 것을 넘어, 건강과 경제성을 모두 잡는 ‘슬기로운 냉방 생활’이 필요한 시점이다.
“집이 가장 안전하지 않았다”... 극한 폭염의 역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1년부터 2025년까지의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이 38도 이상으로 치솟는 극한 폭염 상황에서 전체 온열질환자 중 ‘자택 발생’ 비중은 기존 6%에서 12%로 약 2배가량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년층이나 만성질환자가 전기요금 걱정으로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거나, 환기 없이 밀폐된 공간에 냉방을 지속하다 열스트레스가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폭염특보 시에는 적절한 냉방기 가동이 가장 확실한 예방약”이라며 “다만, 무분별한 사용은 오히려 질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강과 전기요금 모두 잡는 ‘슬기로운 냉방 실천 수칙’
실내 온열질환과 냉방병, 나아가 전기요금 폭탄까지 피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골든타임 수칙을 정리했다.
1. 실내외 온도차 ‘5도 이내’, 적정 온도 ‘26℃’ 유지 가장 치명적인 실수 중 하나는 실외 기온이 30도가 넘는데 실내를 20도 이하로 설정하는 것이다. 인체는 5도 이상의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이는 자율신경계 교란을 일으켜 두통, 콧물, 메스꺼움, 소화불량 등 냉방병 증상을 유발하고, 노약자의 경우 체온 조절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실내 적정 온도를 24~27℃로 권장하며, 가능하면 실외 기온과 5도를 넘지 않도록 설정할 것을 조언한다.
2. ‘2~3시간마다 10분 환기’... 밀폐된 공기의 역습 예방 에어컨을 오래 가동하면 실내 공기가 재순환하면서 이산화탄소, 라돈,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유해 물질과 바이러스·세균의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서울시 등 지자체 연구 기관의 공기 순환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환기량을 충분히 확보할 경우 불과 10분의 환기만으로도 실내 오염물질 농도를 최대 80% 이상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에어컨을 켜두더라도 최소 2~3시간마다 10분씩 맞바람이 통하도록 창문을 열어 갇힌 공기를 교체해 주어야 한다.
3. ‘청소된 필터와 미온수 섭취’... 호흡기 건강 사수 에어컨 내부의 습한 환경은 곰팡이와 세균, 집먼지진드기의 온상이 되기 쉽다. 특히 오염된 필터를 통해 나온 공기는 레지오넬라균 감염이나 아토피, 결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필터는 2주에 한 번씩 세척하는 것이 좋으며, 청소만으로도 냉방 효율이 향상되어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냉방으로 건조해진 호흡기 점막을 지키기 위해 미온수를 자주 섭취하여 전해질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켜둘까, 꺼둘까?”... 전기요금 절약하는 최신 트렌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전기요금 절약법은 자신의 에어컨 종류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최근 판매되는 에어컨의 대부분은 '인버터형'이다. 인버터형은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컴프레서 속도를 줄여 연속 운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처음 켤 때 강풍으로 설정 온도를 빠르게 낮춘 뒤,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연속 가동하는 것이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반면, 과거의 '정속형' 에어컨은 시원해지면 잠시 껐다가 다시 가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기후위기로 인해 폭염의 강도가 해마다 강해지는 만큼, 매일 사용하는 냉방기에 대한 올바른 습관 준수가 나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파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