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화에서 '툴파(Tulpa)'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툴파는 강한 집중과 상상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의인화된 존재를 의미한다. 일부 청소년은 자신이 만든 존재와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생활하는 것처럼 느끼며, 경우에 따라 목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인터넷 문화나 기이한 경험으로 치부하기보다 청소년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린 시절의 상상 속 친구와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청소년기의 툴파는 외로움과 정서적 결핍,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심리 요인과 연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자아를 형성하는 동시에 또래와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소속감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반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면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존재를 상상 속에서 만들어 정서적 안정을 얻으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단순한 이상 행동으로 보기보다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대응하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하나로 해석하기도 한다. 따라서 환청이나 환시와 같은 경험 자체보다 그러한 경험이 형성된 배경과 정서적 환경을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무엇보다 청소년의 경험을 무조건 부정하거나 비난하는 태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건 거짓이다", "이상한 생각을 하지 말라"는 반응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으며, 현실의 관계보다 상상 속 존재에 더욱 의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는 현실 속 관계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상 속 존재의 진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가 대신 채워주고 있는 정서적 빈자리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채움심리상담센터 채미화 센터장은 "툴파 현상 자체를 비정상으로 단정하거나 단순한 인터넷 문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이 상상 속 존재를 만들어 의지하게 되는 배경에는 외로움과 정서적 결핍, 관계의 어려움이 자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청이나 환시와 같은 경험이 모두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과 학업,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평가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어른들이 아이의 경험을 무조건 부정하기보다 왜 그런 존재를 필요로 했는지 마음의 배경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현상을 없애는 데 집중하기보다 현실에서 안전한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채 센터장은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 속 친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라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툴파를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나 특이한 현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청소년이 보내는 심리적 신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외로움과 정서적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 건강한 관계망을 마련하고 적절한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