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팔공산 도림사 주지 종화스님 “격의 없는 소통으로 ‘문턱 없는 도량’ 이끈다” 사찰은 시각적으로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니다, 가장 만나기 쉬운 주지 될 것

-미국 명상센터서 마주한 ‘경계 없는 불교’ 사찰 개방의 계기 돼

-6만 5천 평 부지 희사한 안영주 보살의 대보시 정신 이어받아 대중 포교 매진


대구 팔공산 동남쪽,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감투봉 아래 포근히 자리 잡은 도림사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3일, 법보종찰 해인사의 원주(院主)스님으로서 사찰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대중을 공양해 온 종화스님이 도림사의 새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부임한 지 이제 갓 석 달을 넘긴 시점, 사찰의 새로운 시스템을 정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종화스님이 가장 먼저 단행한 조치는 파격적이었다. 바로 ‘주지실의 전면 개방’이다.


전통적인 한국 사찰에서 주지실은 일반 신도나 방문객이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엄숙하고 권위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종화스님은 이 문턱을 단숨에 낮췄다. 누구나 찾아와 차를 마시고, 직원이든 신도든 지나가는 나그네든 주지스님을 찾으면 언제든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한다. 주지스님은 가장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이 절에서 가장 만나기 쉬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종화스님의 뚜렷한 지론이다. 감투봉의 기운을 품은 도림사 주지실의 문을 열면, 장벽을 허물고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스님의 포교 원력과 지친 현대인들을 향한 따뜻한 위안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미국 여행 중 마주한 경계 없는 풍경, 포교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종화스님이 이토록 격의 없는 소통과 대중 중심의 포교를 강조하게 된 데에는 출가 후 10년 차 즈음 찾아왔던 깊은 심적 고뇌와 미국 여행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스님은 승려 생활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삼 개월간 미국 전역의 사찰과 명상센터를 순례하는 길에 올랐다. 그리고 샌디에이고 북쪽의 작은 도시 에스콘디도 산자락에 위치한 틱낫한 스님 계열의 명상센터, ‘디어파크 수도원(Deer Park Monastery)’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시 그곳의 풍경은 한국 불교에 익숙했던 스님에게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 불교는 척박한 땅에서 시작한 개척 불교이기에 스님들이 거처하는 공간은 한국처럼 화려하지 않은 조립식 나무 집, 소위 판자집 같은 열악한 형태였다. 하지만 그곳에 머무는 스님들과 현지인들의 표정은 다할 나위 없이 밝고 활기찼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님과 신도 사이의 경계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정원의 허름한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신도들과 자연스럽게 티타임을 가지며 상담을 해주는 스님들, 주방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어우러져 함께 채식 피자 반죽을 만드는 모습, 그리고 기타를 치며 찬불가를 노래하는 젊은 스님들의 모습은 삶 그 자체이자 자연스러운 이웃이었다. 한국 사찰이 지닌 특유의 엄숙함과 어색한 장벽을 무너뜨려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도림사에 부임하자마자 주지실의 빗장을 풀고, 버스 한 대 가량의 인원이 몰려와도 종이컵에 차를 나누어 마시는 한이 있어도 모두에게 차담을 베풀겠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이러한 현장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도림법전스님의 법력을 알아본 안영주 보살의 6만 5천 평 부지 대시주, 도림사의 뿌리를 기억하다

오늘날 도림사가 팔공산의 대표적인 대도량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한 불자의 조건 없는 숭고한 보시와 선대 큰스님의 정진이 있었다. 도림사의 창건 역사는 도림사의 근본 성지이자 방광(放光, 빛이 나는 현상)이 일어났던 감투봉 인근의 석굴(현재의 석굴암 인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림사를 처음 창건하신 개산조는 도림법전스님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11대, 12대 종정을 역임하셨고 법보종찰 해인사의 방장으로 18년간 계셨던 스님은 한때 퇴옹당 성철 큰스님과 갓바위에 올라 산기슭에서 방광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의 도림사 석굴암 자리다. 스님이 이곳에 초막을 짓고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을 때, 그 비범한 도력과 정진력을 알아본 이가 바로 당시 대시주자였던 진여심 안영주 보살이다.


진여심 보살은 큰스님의 법력에 감복하여 유산으로 받은, 6만 5천 평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를 조건 없이 사찰에 통째로 기부했다. 이 위대한 대시주(大施主)를 바탕으로 영상선각스님(현 도림사 회주)의 불사원력에 힘입어 황무지 같던 땅이 오늘날 수많은 중생을 구제하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도림사로 변모할 수 있었다.


사찰 뒤편에 모셔진 진여심 보살의 공덕탑은 단순한 돌탑이 아니라 무소유와 보시의 참된 가치를 증명하는 도림사의 뿌리다. 전 재산을 부처님 전에 바친 그 거룩한 뜻이 퇴색되지 않도록, 도량을 더욱 활짝 열어 많은 이들에게 이익을 주는 공간으로 가꾸는 것이 현재 주지로서 짊어진 소중한 책무이기도 하다.


◆대중과 상생하는 생동감 있는 도량으로

최근 국립공원 내 사찰들의 문화재 관람료(입장료)가 면제되면서 전국 각지의 사찰에는 종교를 불문하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도림사도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추세다. 종화스님은 이러한 현상을 반기면서도, 사찰이 지녀야 할 본질적인 기능에 대해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절을 찾지만, 대다수는 그저 경치를 감상하고 인증 사진을 남기는 관광 명소로 사찰을 방문한 뒤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일상의 힐링이 될 수 있겠지만, 사찰이 단순히 외형적인 볼거리에만 머문다면 종교 본연의 생명력은 잃어버리게 된다. 사찰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대중의 삶 속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공간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스님들이 먼저 열린 자세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크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절을 찾는 분들을 다정하게 반겨 맞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어서 오시라며 먼저 말을 건네고, 잘 오셨는데 날씨가 좋으니 차나 한잔하고 가시라며 권하는 작은 정성부터가 시작이다”


실제로 도림사는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근 복지관과 연계하여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로운 지역 어르신들을 사찰로 초청해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쉬운 명상을 지도한다. 어르신들이 오시면 그저 그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전할 수 있다.


또한, 육군 호국무열사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힐링 템플스테이’는 교계 안팎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격오지와 부대 내에서 긴장된 군 생활을 이어가던 장병들은 1박 2일 혹은 외박 일정 동안 도림사에 머물며 숲을 거닐고 스님과의 차담을 통해 경직되었던 마음을 풀어낸다. 최근에는 20대와 30대 젊은 층의 자발적인 템플스테이 참여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도림사는 청년들의 지친 마음을 보듬는 팔공산의 핵심적인 ‘마음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삶의 지혜... “그저 조금만 덜 힘들기를”

종화스님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거창한 불교의 교리 전파가 아니다. 그것은 현생을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순수한 연민과 위로에 가깝다. 부처님의 가르침, 즉 불법(佛法)이라고 맥락을 잡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이전에 사람들이 삶 속에서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기를 바라는 마음이 먼저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맥락을 취하긴 했으나, 그 이전에 사람들이 삶을 마주하며 조금이나마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먼저다. 종교를 떠나 누구나 저마다의 고단함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나를 믿으라는 강요가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우리가 조금 더 덜 힘들게, 그리고 조금 더 수월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일종의 ‘삶의 지혜’다”


마음을 다스리고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연습과 훈련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그 방향성을 잃고 방황할 때,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아주는 길잡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도림사에 오는 모든 이들이 단 하루를 머물더라도, ‘내 삶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평생의 숙제와 원동력을 가슴에 품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격식과 장벽을 허물어낸 도림사에서, 스님이 오늘도 변함없이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하며 지친 이들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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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7.15 13:56 수정 2026.07.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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