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음도천(不飮盜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목이 말라도 ‘도둑’이라는 이름이 붙은 샘물은 마시지 않겠다는 의미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강한 신념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 선비들의 청렴한 정신을 상징하는 이 말은 오늘날 기업 경영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정신을 실제 경영 현장에서 실천하며, 단기 이익보다 양심을 선택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겉보기엔 손해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신뢰’라는 가장 강력한 자산을 얻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충청북도에 위치한 중소기업 ‘에코텍솔루션스’는 친환경 원료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입니다. 얼마 전 이 회사는 한 대기업으로부터 원가 절감을 위해 불법 수입 원료를 일부 섞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매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들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 선택의 대가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수십억 원 규모의 계약이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그 결단이 다른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청렴기업’으로 인정받으며,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계약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회사 대표는 “원칙을 지킨 그날의 결정이 회사를 살렸다”고 말합니다. 손해처럼 보였던 선택이 결국 회사를 더 건강하게 만든 셈입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소규모 가죽 브랜드 ‘노토스(NOTOS)’ 역시 같은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저가 인조가죽 사용을 조건으로 내건 그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대신 이들은 친환경 염색,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천연 가죽만을 고집하며 느리게 성장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북유럽과 일본 시장에서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층에게 확실한 신뢰를 얻었습니다. “우리는 빠르지 않지만, 바르게 갑니다.” 이 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그들의 경영 철학이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기술 스타트업 ‘디지파얍(Digipayap)’도 신념을 지키기 위해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회사는 농촌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모바일 송금 앱을 개발했지만, 사업 초기 자금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외국계 투자사로부터 개인정보 판매를 조건으로 한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 대신 유엔개발기구(UNDP)의 사회적 기업 지원금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3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자 중심의 신뢰 기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디지파얍은 ‘사용자 데이터를 팔지 않는다’는 철학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이처럼 외부의 달콤한 제안을 마다하고 스스로의 원칙을 지켜낸 기업들은, 비록 빠르게 성장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더 이상 싸고 빠르기만 한 제품을 찾지 않습니다. 윤리적 기준을 갖춘 브랜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에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정직한 선택은 당장은 손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살아남는 길입니다. 소비자도, 직원도, 사회도 양심을 지키는 기업을 오래 기억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정직하게 간다면,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