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에 가상자산 매각 허용… 금융당국, 새로운 기부 패러다임 연다
오는 6월부터 국내 비영리법인들이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매각할 수 있는 제도적 문이 열린다. 대학, 재단, 지정기부금단체와 같은 기관들이 그 대상이다. 금융위원회는 4월 30일 ‘제4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확장에 따라 현실화된 ‘가상자산 기부’의 증가세에 대응해, 비영리기관들이 받은 코인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 정비다. 특히 이번 제도는 기부의 건전성과 자금세탁방지(AML)를 병행 고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5년 이상 외감법인만 가능”… 자격 제한도 명확히
금융위는 가상자산 매각을 허용하되, 무분별한 운용을 막기 위한 제한을 함께 뒀다. 매각이 가능한 비영리법인은 반드시 5년 이상 업력을 가진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어야 하며, 조직 내에는 ‘기부금 심의위원회(가칭)’를 별도 설치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기부 자산의 적정성, 현금화 계획 등을 사전에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제한은 자산 운용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장치로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즉시 현금화’ 원칙… 거래 가능한 코인도 제한
기부된 가상자산은 기본적으로 기부 즉시 현금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통해 시세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줄이고, 자산의 회계 처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부 대상이 될 수 있는 가상자산은 3개 이상 원화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 중인 자산으로 한정된다. 사실상 비영리기관들이 받을 수 있는 코인은 시장에서 유동성과 안정성이 일정 수준 확보된 ‘메이저 코인’ 위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가상자산 기부는 국내 원화거래소 계정을 통한 방식으로만 가능하며,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 등을 통한 기부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제한은 자금세탁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제도 정착되면 가상자산 기부 활성화 기대
금융위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서, 건전한 디지털 자산 기부 문화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최근 가상자산의 사회적 기부가 늘어나면서, 관련 수령 기관들이 적절한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곤란을 겪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왔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블록체인 기반 기부 문화도 한층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 제도가 안착되면 자금세탁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도, 투명하고 합법적인 가상자산 기부 구조를 통해 비영리법인의 재정운영 다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금융위의 정책은 가상자산이라는 신종 자산을 사회공헌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다. 투명성, 공공성, 효율성을 모두 고려한 정책 설계로, 향후 국내 비영리법인의 운영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부문화는 이제 코인도 품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