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 간 관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 변수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다시금 관세 카드에 손을 댔고, 이에 대해 한국은 대응 논리를 정비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이 협상은 단순한 무역 갈등 해결을 넘어, 우리 정부의 통상 대응 능력 전반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통상 압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고율 관세와 보호무역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구조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과의 첨예한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자국의 공급망 안보를 명분으로 주요 동맹국에까지 무역 조건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관세 협상 역시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으로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협상에서 ‘감정’이 아닌 ‘전략’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품이나 철강과 같은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 여부만이 아니라, 이 협상이 향후 다른 산업군, 특히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첨단 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자칫 잘못된 선례를 남긴다면, 향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을 자초할 수 있다.
정부는 이 협상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전략적인 대응팀을 구성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논리로는 미국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통상정책은 정무적 판단이 결합된 구조이며, 국내 정치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따라서 외교부, 대통령실, 국회까지 긴밀한 협력 체계를 통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절실하다. 외교, 산업, 경제 전 부문의 총력 체제가 구축되어야만 이번 협상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
무역 갈등은 세계 질서 재편의 일부다. 과거처럼 ‘양보만 하면 조용해진다’는 통상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 전쟁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호하되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되, 원칙 없는 타협은 하지 않아야 한다. 이 균형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능력’이다.
이번 한미 간 관세 협상은 단순한 수출입 조건을 넘어서, 한국의 통상 외교 역량과 전략적 국익 판단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다. 정부가 일관된 메시지와 다부진 전략으로 임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통상 환경과 산업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공급망 내 한국의 입지 강화라는 성과도 가능하다.
관세 협상은 이제 하나의 외교전이다. 한국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전략적 대처로 국익을 지켜야 한다. 지금 이 협상 테이블은 단순히 관세를 깎고 올리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 주권을 지켜낼 수 있는지 여부가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다. 모든 관련 부처와 정치권이 ‘이기는 협상’을 위해 실력과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칼럼 제공: 이원우 박사]
국제통상학박사
ww-lee-36@hanmail.net
동국대학교 외래교수
한국협상학회 이사
국제이비즈니스학회 이사
한국협상학화 윤리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