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소비, 4분기째 지속되는 위축…의료·교육 분야만 성장세 유지
2024년 3월 카드 결제액 통계가 소비 위축 현상을 명확히 드러냈다. 의료비와 교육비처럼 소비자가 가장 마지막까지 줄이지 않는 필수 항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비 부문에서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와 맞물려 소비자들이 방어적 소비 행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3월 대학병원의 카드 결제액은 1조 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피부과와 내과 결제액도 각각 10.1%, 9.4% 늘었으며, 소아과는 무려 48.5% 급증했다. 유아교육과 학원비 지출도 각각 8.3%, 4.3% 증가해 자녀 교육에 대한 지출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여행, 항공, 유흥, 백화점, 편의점, 마트, 한식 등 대부분 소비 업종은 위축됐다. 특히 여행 업종 카드 결제액은 28.8% 급감했으며, 대한항공(-9.1%), 아시아나항공(-24.8%) 등 항공사 실적도 크게 하락했다. 음식료 분야는 외식 감소로 0.28%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집밥 수요 증가가 두드러졌다.
가구와 가전제품 소비도 크게 줄었는데, 가구 업종 결제액은 11.3%, 가전·전자 업종은 7.2% 감소했다. 결혼과 이사, 신제품 출시가 많은 3월임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문화·레저 분야 카드 결제액도 7.8% 줄었으며, 영화관 결제액은 CGV와 메가박스 모두 35% 이상 급감했다. 의류 소비 역시 7.6% 감소하며, 디스커버리(-15.3%), 나이키 온라인몰(-21.3%) 등 주요 브랜드 매출이 크게 줄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75로, 1분기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라는 것은 앞으로 경기가 더 악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망지수는 각각 85에서 73으로 떨어져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위스키 시장도 경기 불황에 흔들려, 음주 문화 변화 영향 커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필수 소비만 유지하는 전형적인 경기 불황형 소비 형태”라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위스키 제조사들도 소비심리 위축과 음주 문화 변화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매출이 2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2% 급감했다. 윈저글로벌과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줄어드는 등 위스키 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잠시 ‘보복 소비’로 위스키 시장이 성장했으나 현재는 경기 악화와 함께 사치품으로 인식되는 위스키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음주 문화 변화도 위스키 시장 침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30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술은 맥주(70.4%), 소주(49.2%), 하이볼(22.6%) 순이며, 위스키는 22.2%로 4위에 머물렀다. 무알코올 음료 경험자 비율도 73.9%에 달해 ‘취하기 위한 음주’ 인식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위스키 수입량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편의점 매출 증가율도 2022년 대비 크게 둔화되면서,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상황이다. 업계는 환율 상승과 관세 부담으로 인해 프리미엄 및 가성비 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디스, 한국 경제 불확실성 지속 경고…정책 대응 중요성 부각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인용 이후에도 경제·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치적 긴장이 경제 활동을 저해하고 정부 대응을 지연시킬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무디스는 “보편적 기본소득 정책 등 확장 재정은 부채 부담을 높일 수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연금과 임금 지출 증가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등도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무디스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한국 법치주의의 건전성 신호로 평가하며, 한국 신용등급을 2015년부터 Aa2로 유지하고 있다.
JP모간과 캐피털 이코노믹스 등 주요 경제 분석 기관들도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속해서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내수 경기 침체와 통상 충격에 대응하려 하나, 여야 간 정치적 대립으로 예산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상으로, 소매유통 경기 침체가 4분기째 이어지는 가운데, 위스키 시장도 경기와 문화 변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으며,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가 내수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았다.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시장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