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FLNG 액화장비 개발 완료 및 ENI와 수주 협상 착수
삼성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의 핵심 요소인 액화장비 개발에 성공하며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ENI와 첫 번째 수주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장비는 FLNG 건조 비용의 35%를 차지하는 중요한 기자재로, 그동안은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미국 및 유럽산을 사용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ENI가 발주할 FLNG에 자사 개발 액화장비인 ‘센스포’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과거에는 발주처 요구에 따라 미국의 하니웰이 제작한 액화장비를 사용해왔으나, ENI는 삼성의 액화장비가 하니웰보다 비용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하여 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FLNG 국산화 비율 증가, 조선업계의 새로운 전환점
삼성중공업은 센스포를 자체 설계하고 제작은 해외 기업에 맡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센스포 제작을 맡길 만한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일감을 주어 물류비를 절감하고, 국산 기자재의 가치 사슬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지배하고 있는 해양 플랜트 기자재 시장의 주도권을 한국으로 가져오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센스포 기술을 확보한 것은 2021년이다. 그러나 셸,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검증된 미국 기자재에 의존하면서 납품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상황이 변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화석연료 회귀' 정책으로 인해 LNG 개발의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FLNG를 찾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전체 건조 가격이 상승하자 센스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기자재는 센스포 외에도 연료 공급 시스템인 에스퓨가스와 재기화 시스템인 에스리가스가 이미 FLNG에 적용되고 있다. LNG 수송을 위한 엑스랠리, 증발가스를 처리하는 가스이젝터, LNG를 선박에 하역하는 리퀴드 이젝터에 대한 연구도 완료된 상태다.

FLNG를 발주한 기업이 이들 장비도 승인할 경우, 국산화 비율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FLNG의 국산화 비율은 헐 사이드는 6070%에 이르지만, 주요 기자재가 장착되는 톱 사이드는 3040%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는 한국이 진정한 ‘조선 강국’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하며, 지역 기자재 업체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형 프로젝트 수주 임박
삼성중공업은 현재 2조 원 규모의 FLNG 4기 수주를 앞두고 있으며, 이는 총 8조 원 이상의 계약으로 지난해 삼성중공업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업계 소식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ENI, 미국 델핀, 캐나다 웨스턴LNG, 노르웨이 골라LNG 등 4개 기업과 FLNG 납품을 위한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ENI가 발주한 모잠비크 FLNG는 건조 작업을 이미 시작한 상태로, 계약서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나머지 기업들도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이며, FLNG는 2030년 전후로 인도될 예정이다.
FLNG는 바다에서 직접 천연가스를 추출하고 액화 및 저장 후 LNG 운반선으로 옮기는 복합 설비로, 이를 제조할 수 있는 조선사는 삼성중공업과 중국 위슨조선소뿐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위슨조선소를 거래 금지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이 삼성중공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연안 FLNG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특히 미국 델핀은 위슨조선소에 발주할 예정이었던 2기의 FLNG를 삼성중공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르헨티나와 수리남 해상 신규 FLNG 건조 문의도 이어지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연안 FLNG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심해 FLNG가 천연가스 추출부터 액화 및 저장까지 수행하는 것과 달리, 연안 FLNG는 액화와 저장 기능에 특화되어 있다. 육상 LNG 터미널과 달리 부지 매입 및 주민 동의 절차가 필요 없어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1년 세계 최초로 FLNG를 수주했으나, 저유가와 기술적 시행착오로 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양 플랜트 사업을 지속하며 경험을 쌓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와 중국 위슨조선소의 제재로 인해 FLNG 시장의 유일한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FLNG는 일반 상선보다 기술 난도가 높아 생산 인력이 3배 이상 필요하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뛰어나다”며 “트럼프 시대의 LNG 붐을 맞아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도 LNG 관련 해양 설비 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HD한국조선해양은 노후 LNG 운반선을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도 LNG 해양 설비 수주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